2011년 4월 21일 목요일

오랜만에 본 패션관련 기사 [ 우아한 세계 ]

‘우왕좌왕’ 표류하는 패션산업 지원정책

정인기 기자 ingi@fi.co.kr
지경부 - ‘GBP’ 사업 실질적 성과 없고 사무관 세번 교체
문화부 - 방향성 없이 생색내기 사업 급급…컬렉션 급조
서울시 - 40억 예산 투입 ‘SFW’ 한달 전 대행사 졸속 선정



지경부, 문화부, 서울시 등 정부와 지자체의 패션산업 지원 정책이 갈피를 못잡고 우왕자왕 표류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는 최근 몇 년간 패션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앞다퉈 발표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고, 특히 제대로 된 글로벌 브랜드에서 창출되는 소재, 봉제, 유통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순기능을 감안할 때 미래지향적 산업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젊은 인재들의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것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패션산업 지원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겠다” “세계 5대 컬렉션으로 키우겠다” 등 거창한 구호는 난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호만 요란한 생색내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식경제부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이하 GBP)’다. 올해로 3년차를 맞는 GBP는 지난 2년 동안 담당 사무관만 세 번 바뀌고, 바뀔 때마다 수행 방식이나 사업 내용이 대폭 수정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년차 사업이 시작된지 3개월이 지난 4월초 현재 올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사업에 대해서도 평가가 부정적이다. 2015년까지 글로벌 브랜드 3개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지원과는 거리가 먼 겉치레 프로젝트로 일관하고 있다. 또 1년 예산은 7억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대상 기업이 15개로 늘어나 특별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전락했다.

한 GBP 참여기업 대표는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처음부터 생색내기 사업이다. 포럼과 세미나 등 일반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어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사업은 각 기업의 규모와 브랜드 성격 등에 따라 달라야 하기 때문에 기업별 맞춤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공되고 있는 자료도 데이터의 오류가 많아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성격에 맞지 않는 ‘들러리 세우기’도 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주관사인 PFIN은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한 중국 항저우 대리상들의 만찬에 GBP 참여기업 경영자들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식당은 애당초 사업을 논의하기에 어려운 자리였다고 입을 모은다.

부처간 이기주의에 단체들만 체면 구겨
부처간 이기주의로 인한 혼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노희찬)는 올 초 섬유의 날 제정 25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패션 페스티벌을 펼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지경부와 협의해 2억원의 재원도 확보했으며, 섬산련 자체 예산 1억원까지 책정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 행사는 최근 돌연 취소됐다. 문화부에서 일본의 도쿄걸즈컬렉션(TGC)을 벤치마킹한 대중적인 패션쇼를 하기로 함에 따라 지경부가 섬산련 행사 지원을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지난해 문화부는 패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위한 패션쇼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갑자기 페스티벌 형태의 행사로 발향을 틀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문화부는 이 행사에 9억원 가까운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먹구구식 행정은 서울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는 연간 40여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서울패션위크’ 개최를 불과 한달 앞두고 주관사를 조직위원회(위원장 원대연)에서 SBA 산하 서울패션센터로 이관했다. 2년 전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를 발족시켰지만, 행사를 주관한 지 1년만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갑자기 주관사가 바뀜에 따라 행사를 주관할 대행사 선정은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결정되는 해프닝이 벌여졌다.

행사를 지켜 본 관계자들은 “국제적인 행사를 주관하면서 불과 한달을 앞두고 경험이 없는 대행사로 교체 자체가 부실행사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서울시의 입맛에 맞는 행사로 끌고 가려는 행정 편의주의 탓에 다양성이 중요한 패션 행사가 정해진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컬렉션은 단순히 가시적인 결과물이 아닌  ‘산업의 인프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 두 번의 컬렉션을 통해 당장의 성과를 논하기 보다는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행사만 잘 때우면 된다는 식의 무사안일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패션업계 ‘구심점 부재’가 근본 원인
정부와 지자체들의 정책 혼선에 대해서는 패션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 제안형 단체’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패션협회(회장 원대연)가 패션업계를 대표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이 정부 예산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어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전임 전광부 부회장에 이어 현 김인수 부회장 마저 최근 중도 사임함에 따라 구구절절한 이유에 관계없이 이 단체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최근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패션산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패션산업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실력있는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으며, 젊은 신진들의 열정도 뜨겁다. 이러한 대세 상승 흐름을 살려 패션을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사전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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